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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공간

현대 타이포그래피: 비판적 역사 에세이(Modern Typography — an essay in critical history) 2020년 7월 온라인 서점 신간 목록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구입한 게 기억이 난다. 알고보니 예전에 나왔던 게 복간된 경우였다. 작업실유령의 책들은 항상 관심가는 주제를 다뤄서 구입하게 되지만, 읽기 쉬웠던 책들은 없었다. 이게 원전이 어렵기 때문인지 아니면 번역을 거치면서 텍스트가 복잡해진 것인지 알 수는 없다(어쨌거나 이렇게 번역서가 꾸준히 나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이 책은 여러 번 봐서 읽는 것도 오래걸렸고, 쓰는 것도 시간을 많이 들였다. 그 과정에서 많은 공부가 된 것 같다. 그래서 골치 아프지만 감사한 책이다. 로빈 킨로스 지음 | 최성민 옮김 | 작업실유령2020년 출간 | 국판 변형(135X216) | 양장제본2020년 9월 22일 작성이 책은 역사 에세이다..
[IC]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Karl Marx’s Ecosocialism) — 4장 유스투스 폰 리비히와 『자본』 사이토 고헤이(齋藤幸平) 지음 | 추선영 옮김 | 두번째테제2020년 출간 | 국판(148x210) | 무선제본이문커먼즈 2021년 5월 2일 세미나0. 도입글마르크스(Karl Marx)가 생산력주의, 혹은 프로메테우스주의를 내세우며 생산력의 무한한 확장을 온전히 긍정했다는 일부의 주장은 앞선 장에서도 옳지 않음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 그 주장들은 주로 마르크스와 엥겔스(Friedrich Engels)의 초기, 중기 저작에서 쓰인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저자 사이토 고헤이는 마르크스가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키면서 그런 생산력주의의 이론적 요소들과 결별했으며, 점차 생태적 관점에서 자본주의 비판을 지향했음을 책을 통틀어 계속해서 드러내려 한다. 4장에서는 유스투스 폰 리비히(Justus von Liebig)..
[PK]1장 들어가며(인디자인을 위한 자바스크립트) 피터 카렐(Peter Kahrel)은 네덜란드 출신 스크립터로 인디자인 스크립트 분야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다. 본래 언어학자로 대학에 있다가 출판업계로 전업을 하면서 인디자인을 집중적으로 탐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언어학에 조예가 깊은 까닭인지, 인디자인을 둘러싼 갖가지 '언어'들(자바스크립트와 GREP 등)의 전문가다. CS 초기 버전부터 자바스크립트(정확히는 익스텐드스크립트)와 GREP에 대한 교과서적인 단행본을 출간해왔고, 그 때문에 오래전부터 업계의 구루(guru)로 알려졌다. 자바스크립트를 다룬 책은 JavaScript for InDesign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는데, 2019년에 2판이 나왔다(현재 크리에이티브프로와 아마존에서 판매하고 있다). (앞서 번역을 게시한 GREP in InDesign..
타이포그래픽 디자인(Typographische Gestaltung) 얀 치홀트 지음 | 안진수 옮김 | 안그라픽스2014년 출간 | 크라운판 변형(163X243) | 양장제본2020년 7월 24일 작성얀 치홀트(Jan Tschihold)는 이 책, 《타이포그래픽 디자인(Typographische Gestaltung)》을 1935년에 썼다. 1935년이라는 시기가 새삼 중요하게 다가왔던 까닭은,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얀 치홀트의 입장 변화가 담긴 최초의 저서이기 때문이다. 그가 보다 젊었던 시절 내세웠던 것은 산 세리프가 중심이 되는 이른바 ‘새로운 타이포그래피’였다. 1920년대 독일의 진보적인 예술인들에게 바우하우스로 대표되는 현대성 내지 모더니티는 새로운 미감을 찾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한마디로 전례 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일종의 시대정신이었다..
[IC]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Karl Marx’s Ecosocialism) — 2장 정치경제학에서의 물질대사 사이토 고헤이(齋藤幸平) 지음 | 추선영 옮김 | 두번째테제2020년 출간 | 국판(148x210) | 무선제본이문커먼즈 2021년 3월 21일 세미나 0. 도입글물질대사(Stoffwechsel)는 ‘생태학 ’이 자연의 경제를 체계화하기 전 19세기 유행한 생리학 개념이다. 이는 유기물에서 비유기물로 전환되는 과정, 즉 생산, 소비, 소화 과정 전반을 다룬다. 물질대사는 자연과학을 넘어서 철학과 정치경제학에서 쓰이기 시작했는데, 마르크스(Karl Marx)도 이를 이론적 근간으로 참고했다. 마르크스는 물질대사의 순환에서 인간이 자유롭지 않다고 봤기 때문에 물질대사 개념을 참고대상으로 삼았지만, 인간은 자연을 비교적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노동’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봤다. 노동 과정은 인간과..
기준선 격자 설정, 간단하게 하기 동북아시아 문화권의 인디자인, 이른바 'CJK' 환경의 인디자인에서 문서를 만들면서 판면을 짤 때는 그 방식이 두 가지다. 하나는 [여백 및 단]이고, 다른 하나는 [레이아웃 격자]다. [여백 및 단]은 상하안팎의 여백을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보다 간편하지만 엄정하게 계산된 판면(예를 들어 판면의 마지막 줄은 행간 값이 제외된 오롯이 폰트 크기만큼 줄인 경우)을 원한다면 산수를 해야해서 오히려 복잡해진다. [레이아웃 격자]는 다소 적어야 할 게 많지만 엄정하게 계산된 판면을 지향할 때 쓰기 좋다. 폰트와 행간 값을 기반으로 하여 (한줄 당)문자 수와 줄 수로 판면과 여백을 결정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근거 있는 판면짜기를 할 수 있다. 네모꼴로 모아쓰기를 하는 한글과 한자 조판에 좀더 특화된 판면 제작 ..
[IC]새로운 자본 읽기(Kritik der politischen Ökonomie) — 9부 공황, 10부 부르주아적 관계의 물신성 미하엘 하인리히(Michael Heinrich) 지음 | 김강기명 옮김 | 꾸리에2016년 출간 | 신국판 변형(143x230) | 양장제본이문커먼즈 2021년 10월 17일 세미나9부 — 1. 주기와 공황화폐가 발명된 이래로 이자는 존재했다. 전자본주의 사회에도 빚을 지는 영주와 왕들이 있었고, 소작농이나 수공업자들이 빚을 갚기 위해 노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에 빚을 짊어지게 하는 고리대금업자는 수탈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도래하자 생산 조건이 달라졌고, 돈을 끌어다 쓰는 일의 위상이 달라졌다. 이제 화폐는 산업자본가가 돈을 끌어모을 수 있는 매개체로서 ‘가능태(mögliche) 자본’이 된다. 화폐는 여기서 또 하나의 상품이 되고, 이자는 그 상품에 대한 가격처럼 책정된다..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Das Detail in der Typografie) 요스트 호훌리 지음 | 김형진 옮김 | 워크룸프레스2015년 출간 | 국판 변형(125X210) | 무선제본2020년 1월 13일 작성독자에게 활자와 그것을 둘러싼 요소들은 보이면서 보이지 않는 것이다. 활자는 글을 이루고, 글은 어떤 서사가 머릿속에 구현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창구에 가깝기 때문이다. 활자를 매개로 서사에 몰입하면, 아이러니하게도 독자는 활자를 보고 있음에도 활자가 보이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요스트 호훌리는 그렇게 활자의 요소들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을 지향점으로 생각하는 이들 중 하나이다. 한마디로 가독성(readability)이 타이포그래피 문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타이포그래피는 결국 활자를 다루는 기술이다. 그 중에서도 글자 하나가 다른 글자를 만나 글을 이루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