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쓰기 writing/발제 혹은 정리 summary

[IC]새로운 자본 읽기(Kritik der politischen Ökonomie) — 8부 이자, 신용, 가공자본

 

미하엘 하인리히(Michael Heinrich) 지음 | 김강기명 옮김 | 꾸리에

2016년 출간 | 신국판 변형(143x230) | 양장제본

이문커먼즈 2021 9 26 세미나


1. 이자를 낳는 자본, 이자, 기업가 수익 자본물신의 완성

화폐가 발명된 이래로 이자는 존재했다. 전자본주의 사회에도 빚을 지는 영주와 왕들이 있었고, 소작농이나 수공업자들이 빚을 갚기 위해 노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에 빚을 짊어지게 하는 고리대금업자는 수탈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도래하자 생산 조건이 달라졌고, 돈을 끌어다 쓰는 일의 위상이 달라졌다. 이제 화폐는 산업자본가가 돈을 끌어모을 수 있는 매개체로서 ‘가능태(mögliche) 자본’이 된다. 화폐는 여기서 또 하나의 상품이 되고, 이자는 그 상품에 대한 가격처럼 책정된다. 화폐소유주가 산업자본가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걸 밑천으로 총이윤을 끌어올려서 이자를 포함한 자본금을 상환하는 것이 이자의 메커니즘이다. 마르크스는 여기서 화폐소유주를 화폐자본가, 그 화폐를 빌리는 산업자본가를 기능자본가라 했다.

총이윤에서 이자를 제외한 것이 기업가수익이 되는데, 이것들은 분명 이윤을 뽑아내기 위한 착취에서 나온 것임에도 자체로 비롯된 것인 여겨진다. 이자는 마치 나무가 열매를 맺듯 자본소유에 대한 대가처럼 생각되고, 기업가수익은 자본가가 자신만의 독특한 노동으로써 얻어낸 다른 임금처럼 규정된다. 화폐가 스스로 증식하는 것처럼 상정된다는 점에서 마르크스는 이자 낳는 자본을 자본관계의가장 표피적이고 물신적인 형태라고 했다. 이렇게 자본주의 생산관계에서 이자는 이윤을 향한 착취에서 비롯된 인데도 이자의 존재 자체만을 부실하게 비판하는 것도 문제다. 그럴 경우 산업 자본에대비되어 이자 낳는 자본의 생산적이지 않은 외양으로 두고 자본과 적대적이라 주장하게 되고, 불로소득이라는 말로써 도덕적인 비난을 하는 것에 그치게 되기 때문이다.

 

2. 신용화폐, 은행, 가공자본

이자 낳는 자본의 제도화로 대표적인 경우가 은행이다. 은행은 화폐소유주로부터 예금을 받고, 받은 걸 빌려주는 신용거래의 매개자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서 은행이 직접적으로 돈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그게 수표나 어음과 같은 신용화폐다. 신용화폐는 한마디로 지불에 대한 약속을 규정한 증서인데, 이는 바꿔줄 현금을 밑천으로 삼는다. 하지만 지급준비금을 훨씬 넘어서는 신용화폐가 발행이 되더라도 현금으로 바꾸면서 거래하는 경우는 대체로 드물기 때문에 은행은 신용화폐를 적극적으로 발행한다. 게다가 은행은 현금을 발행할 수 있는 중앙은행에 빚을 질 수도 있고, 현대로 오게되면 금과 같은 화폐상품과 현금이 직접적으로 결부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에 제약은 더욱 줄어들었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이전보다 유연하게 공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다(공황의 불가피성을 말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

비단 은행을 거치지 않더라도 화폐채무자와 화폐소유자가 자본시장에서 관계를 맺는 방식은 있다. 파산 가능성이 현저하게 적은 대기업이나 국가는 직접적으로 유가증권(채권) 발행하기도 한다. 또한 기업은 주식을 발행해서 기업의 현재적 혹은 잠재적(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치) 수익에 대한 일정한 배당금을 대가로 내건다. 채권 등의 증권과 주식은 신용화폐처럼 현실자본과 관계 맺지만 이자와 배당금에 대한 청구권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마르크스는 증권, 주식 등을 특수한가치결정형태라는 점에서 가공자본(의제자본)이라 이른다.

 

3. 자본주의 경제의 관리자로서 신용제도

앞서 본 은행과 자본시장은 신용제도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산업자본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이자 낳는 자본은 산업자본의 유통에서 나오고, 산업자본의 운동은 신용 없이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본이 투입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화폐가 모여야 하는데, 이것이 반드시 당장 사용하지 않는 자본(유휴자본)만으로 충당되지는 않는다. 신용제도는 그렇게 자본을 모으기까지의 시간을 단축해준다. 아울러 이자의 존재가 추가 이윤을 압박하기 때문에 신용제도는 추가적인 축적이나 이윤율 상승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출의 확장은 더 많은 축적(사회적 총자본의 확장)으로 가는 길을 마련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의미로서 신용제도는 자본주의 경제를 구조적으로 규제한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축적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이기도 한데, 한쪽으로는 생산력 발전을 이끌지만 다른 한쪽으로는 과잉생산, 과잉투기의 촉매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투기적금융시장이 자본주의적 생산과 별개의 문제라 여기는 것은 환상이다. 자본주의적 생산 행위 자체가 투기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는 옳다. 물론 금융시장과 산업생산의 관계를 면밀하게 보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국가적으로 다를 수도 있고, 자본주의 발전 수준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다.